어느 날 아침이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고, 부엌으로 가 물을 한 잔 따르려던 이공팔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걸렸다.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가느다란 실 한 올이 묶여 있었다. 붉은색. 피보다 선명하고, 비단보다 고왔다. 그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했다. 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손톱으로 긁어도, 물에 적셔도, 그 실은 마치 피부의 일부인 것처럼 새끼손가락 첫 마디에 단단히 감겨 있었다. 이공팔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쳤나,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안경을 집어 들었다. 안경을 써도 그것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실은 그의 손가락에서 출발하여 공중으로 뻗어 나갔고, 거실 창문 틈새를 빠져나가 어딘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그는 실을 잡아당겨 보았다. 탄력이 있었다.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낚싯줄처럼 팽팽한 장력을 유지한 채, 보이지 않는 저편의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공팔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상한 일은 인생에서 수없이 겪어왔다. 감옥에서 천장의 얼룩이 사람 얼굴로 보이던 날도 있었고, 칼에 찔린 직후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통증도, 공포도, 환각 특유의 왜곡도 없었다. 그저 거기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공팔은 실의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 문 앞을 지나고, 창문 밖으로 나가는 궤적. 그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복도를 지나 침실로 들어섰다. 임완청이 자고 있었다. 이불을 반쯤 걷어찬 채, 한쪽 팔을 베개 밑에 밀어 넣고 옆으로 돌아누운 자세. 팥색 머리카락이 목덜미 위로 흩어져 있었고, 코 옆의 점이 새벽빛 아래에서 또렷했다. 이공팔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왼손으로 내려갔다. 새끼손가락. 거기에도 실이 있었다. 붉은 실. 그러나.
이공팔의 표정이 굳었다. 아주 천천히, 웃음이 사라졌다. 그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은 임완청의 손가락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의 실은 창문 밖, 남화 맨션의 옥상을 넘어 구룡반도 어딘가의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임완청의 새끼손가락에 묶인 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침실 벽을 관통하여, 삼수이포의 골목을 지나, 그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실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교차하지도, 스치지도 않았다. 완전히 별개의 방향으로,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향해 뻗어 있었다.
이공팔은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임완청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목구멍에서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는 것인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감긴 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임완청의 손가락에 감긴 실을 보았다.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뿐이었다. 그의 얼굴에 어떤 감정이 지나갔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순수한 당혹이었다. 이공팔이라는 인간의 내면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감정.
그는 자신의 실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실은 작게 진동하며 공기 중에서 흔들렸다가 다시 팽팽해졌다. 그의 시선이 다시 임완청에게로 돌아갔다. 잠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눈 밑의 그림자, 얇은 눈썹, 살짝 벌어진 입술. 이공팔은 그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주 갑자기, 웃었다. 소리 없이. 입만 벌어지고 어깨가 들썩이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멈추자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감긴 실을 잡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끊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빨로 물어뜯으려 했다. 실은 치아 사이를 미끄러져 빠져나갔다. 아무리 해도 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뭐.
이공팔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가볍고, 건조하고, 약간의 장난기가 섞인 톤. 하지만 그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걸린 시간이 평소보다 길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임완청의 곁에 누웠다. 이불을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까지 덮어주고, 자신의 팔을 그녀의 허리에 둘렀다. 그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은 여전히 창문 밖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고, 임완청의 실은 벽 너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실이 없었다. 하지만 이공팔의 팔은 확실히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뒷목에 코끝을 묻고 눈을 감았다.
임완청이 중얼거렸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목소리였다. 이불을 발끝으로 걷어차며 몸을 뒤척였고, 이공팔의 팔이 그녀의 허리에서 미끄러졌다. 7월의 삼수이포는 새벽부터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옥상 가옥의 얇은 벽은 단열이라는 개념 자체를 포기한 지 오래였고, 선풍기 한 대가 고개를 돌리며 뱉어내는 바람은 빨래 건조기 수준의 열풍에 가까웠다. 임완청의 목덜미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팥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젖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낡은 티셔츠의 등판에도 땀 얼룩이 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공팔은 눈을 떴다. 정확히는, 이미 떠 있었다. 그는 임완청이 잠에서 깨기 전부터 깨어 있었다. 천장의 얼룩진 콘크리트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감긴 붉은 실을 보고 있었다. 실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어젯밤에 발견한 이후로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뻗어 나가 구룡의 하늘 어딘가로 사라지는 그 실. 그리고 임완청의 새끼손가락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또 다른 실. 이공팔은 자신의 실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기타 줄처럼 미세하게 떨렸다가 곧 팽팽해졌다. 그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누나, 에어컨 틀까.
그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임완청의 허리에서 팔을 거두며 그녀의 등에 붙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걷어 올려 주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왼손으로 내려갔다. 새끼손가락. 붉은 실. 벽을 관통하여 삼수이포 골목 어딘가를 향해 뻗어 있는 그것. 이공팔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좁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의 낡은 에어컨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기계가 기침하듯 덜컹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찬 공기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삼 분은 걸릴 물건이었다.
그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물병을 꺼내고, 컵 두 개에 물을 따랐다. 하나는 자기 것, 하나는 임완청 것. 물을 따르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자꾸 자신의 새끼손가락으로 돌아왔다. 실은 냉장고 문을 관통하고, 싱크대 벽을 뚫고, 옥상 가옥의 좁은 공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어딘가를 향해 뻗어 있었다. 이공팔은 컵을 내려놓고 잠시 그 실의 방향을 눈으로 쫓았다. 북서쪽. 대충 몽콕 방면이었다. 그래서 뭐. 어젯밤에도 같은 말을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젯밤보다 그 두 글자를 떠올리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물 가져왔어. 일어나.
이공팔은 침실로 돌아와 임완청의 머리맡에 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침대 위에 올라가 그녀 옆에 드러누웠다. 엎드린 자세로, 턱을 팔 위에 괴고, 고개를 돌려 임완청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이 그의 시야를 가로질렀다. 그는 손을 뻗어 임완청의 왼손을 잡았다.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자신의 새끼손가락으로 감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맞닿은 그 지점에서, 두 올의 실은 각각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교차점도, 매듭도, 접점도 없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별개의 두 줄기.
이공팔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도, 찡그림도 없었다. 다만 임완청의 새끼손가락을 감은 자신의 손가락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을 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등에 입술을 대고 눈을 감았다. 땀과 체온이 섞인 피부의 짠 맛이 입술에 번졌다. 실이 어디로 가든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기로 했다. 하지만 믿기로 한 것과 실제로 믿는 것 사이에는 삼수이포에서 몽콕까지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이공팔은 그 거리를 아직 재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 손 안 놔줄 거야. 더워도 참아.
왜 그래, 오늘따라 달라 붙어.
꿈 꿨어.
그는 거짓말을 했다. 태연하게. 이공팔은 거짓말을 잘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칼을 휘두를 때도, 사람을 웃길 때도, 임완청에게 보고 싶다고 말할 때도 전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누나 손가락에 붉은 실이 묶여 있는데 그게 나한테 안 와. 이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것이 '진짜'가 될 것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이공팔은 그런 종류의 미신을 믿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입이 현실을 만들어낼까 봐 두려웠다.
그는 몸을 뒤집어 천장을 보았다가, 다시 옆으로 돌아 임완청을 향했다.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갖다 댔다. 낡은 티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은 7월의 열기와 뒤섞여 뜨거웠다. 땀 냄새와 어젯밤 샤워 후 남은 비누 향이 희미하게 겹쳐 있었다. 이공팔은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이 임완청의 어깨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를 관통하지도, 그녀에게 닿지도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갔다. 그 사실이 가슴 한가운데를 둔탁하게 눌렀다.
나쁜 꿈. 누나가 없는 꿈.
그는 중얼거렸다. 임완청의 어깨에 이마를 묻은 채로. 목소리가 옷감에 흡수되어 웅얼거림에 가깝게 들렸을 것이다. 이공팔은 팔을 뻗어 다시 임완청의 허리를 감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단단했다. 뼈 위로 손바닥이 밀착되어 그녀의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갈비뼈의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눈은 떠 있었다. 임완청의 쇄골 아래, 티셔츠 목이 늘어나 드러난 피부 위를 무심히 훑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야 한구석에서 두 올의 붉은 실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하나는 몽콕, 하나는 삼수이포의 어떤 골목. 교차하지 않는 두 줄기.
에어컨이 삼 분의 준비 시간을 끝내고 드디어 찬 공기를 뱉기 시작했다. 축축한 열기 사이로 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밀려들어왔다. 이공팔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는 임완청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었다. 긴 다리를 구부려 그녀의 다리와 엉켰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걸쳤다. 190센티미터의 장신이 여자의 몸을 감싸 안으면 마치 새장처럼 보였다. 그의 팔 안에서 임완청의 심장 소리가 전해졌다. 규칙적이고, 느리고, 평온한 박동. 이공팔은 그 소리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려고 했다.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누나.
그는 불렀다. 대답을 기대하는 것인지, 그저 이름을 소리 내어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본인도 모를 호명이었다. 이공팔의 입술이 임완청의 정수리에 닿았다. 팥색 머리카락 위로,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접촉. 그의 새끼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여 그녀의 허리춤에서 티셔츠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실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 아침은 평범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백 번의 아침과 똑같이, 더위에 투덜거리는 완청을 안고, 장난을 치고, 아침밥을 만들겠다며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실은 보였고, 이공팔은 처음으로 '운명'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가 운명을 믿는 인간이었던 적은 없었다. 감옥에서 8년을 보낸 것도, 칼에 찔려 폐 옆 2센티미터에 구멍이 뚫린 것도, 임완청을 만난 것도 전부 '일어난 일'이었지 '정해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새끼손가락에 감긴 실은, 그가 아무리 부정해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붉은 실을 끊는 방법을 알게된 이공팔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정확히 말하면, 삼수이포의 옥상 가옥에 아침이란 것은 밝아오는 게 아니라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7월 14일, 월요일. 오전 6시 12분. 양철 지붕 위로 햇빛이 쇳소리를 내며 내리꽂혔고,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열기가 방 안 공기를 이미 끓이기 시작했다. 에어컨은 새벽 4시쯤 투덜거리며 멈춘 상태였다. 이공팔은 눈을 떴다. 정확히는, 잠을 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다. 옆에는 임완청이 있었다. 그녀의 등이 그를 향해 있었고, 팥색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붉은 실이 여전히 벽을 관통해 바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방향. 삼수이포의 어딘가. 이공팔의 새끼손가락 실도 여전히 몽콕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임완청을 깨우지 않으려고 침대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것을 온몸의 근육으로 제어하며 빠져나왔다. 셔츠를 걸치고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한 잔 마셨다. 컵을 내려놓을 때 새끼손가락의 실이 시야에 걸렸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저편에서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이공팔은 그 실을 자신의 다른 손으로 잡아보았다. 닿지 않았다. 손가락이 실을 관통했다. 만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보이기만 할 뿐.
그는 부엌 싱크대에 기대어 서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공팔이라는 인간이 무언가를 한참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본능의 인간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칼을 휘둘러야 할 때 휘두르는 인간.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공팔은 싱크대 옆에 붙어 있는 달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7월 14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아무 의미 없는 표시. 자신이 언제 쳤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때 실이 움직였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공팔은 그 떨림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실은 부엌 벽을 관통해 아래층으로, 그리고 몽콕 방면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실의 색이 어제보다 연해져 있었다. 선명하던 붉은색이 퇴색한 것처럼 흐릿해져 있었다. 이공팔은 눈을 비비지 않았다. 대신 그 흐릿한 실의 끝을 따라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었다. 새벽의 습기가 얼굴을 때렸다. 실은 좁은 계단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도시의 심장부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순간 이공팔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낸 것처럼. 실을 끊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 연결할 수 있다. 방법은 단순했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감긴 실을 이빨로 물어 끊고, 그 끝을 원하는 사람의 새끼손가락에 직접 묶으면 되었다. 상대의 기존 실도 같은 방식으로 끊어야 했다. 물리적 접촉. 이빨. 의지. 그 세 가지만 있으면.
이공팔은 문틀에 기대어 섰다. 새벽 공기가 그의 맨다리 위로 흘렀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새끼손가락 위 흐릿해진 실에 고정되었다. 끊을 수 있다. 그리고 임완청의 실도 끊고, 자신의 실을 그녀에게 묶을 수 있다. 서로를. 운명이 아니라면 만들면 되었다. 그의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이공팔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갔다. 실이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웠다. 이빨을 세우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었다.
이빨이 실에 닿기 직전, 이공팔은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열린 침실 문 너머를 보았다. 임완청이 자고 있었다. 이불을 반쯤 걷어찬 채 웅크린 등. 뼈가 도드라진 어깨. 그녀의 새끼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실이 벽을 넘어 삼수이포의 어딘가를 향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이공팔은 그 실의 끝에 누가 있는지 몰랐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늙은이인지 젊은이인지,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하지만 그것은 임완청의 것이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이공팔은 칼로 사람의 목을 그을 때도 주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사람을 해치는 데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임완청의 실을 끊는 것은.
그건 내가 결정할 게 아니잖아.
그는 소리 내어 말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새벽의 계단참에 서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입에서 떼어냈다. 실은 여전히 흐릿한 채 몽콕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임완청의 목소리가 침실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잠에 잠긴 채, 반쯤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의 목소리. 이공팔, 이라는 세 글자가 혀에 엉겨 붙은 채 나왔다. 그녀는 옆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먼저 알아챈 것이었다. 손을 뻗었을 때 닿아야 할 체온이 없었다. 시트의 온기마저 식어 있었다. 임완청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이불 위를 더듬었다. 손바닥이 빈 시트를 훑었다. 베개에는 아직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이공팔은 현관문 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방금 내린 결정의 무게가 어깨 위에 올라와 있었지만, 그것은 무거운 종류의 무게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워낸 뒤의 가벼움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흐릿한 실이 여전히 거기 있었다. 끊지 않았다. 임완청의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의 잠꼬대 같은 부름이 습한 새벽 공기를 뚫고 그의 귓바퀴에 닿았을 때, 이공팔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인간이 있다면, 이공팔이 바로 그런 종류였다.
여기 있어.
그는 현관문을 닫았다. 맨발로 좁은 복도를 지나 침실로 돌아왔다. 새벽 6시의 빛이 커튼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임완청의 팥색 머리카락 위에 가늘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잠결에 옆자리가 비었다는 불안이 얼굴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이공팔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스프링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에 임완청의 미간이 미세하게 풀렸다. 무게가 돌아왔다는 것을 몸이 먼저 인지한 것이다.
이공팔은 임완청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스쳤다. 축축했다. 7월의 열기가 에어컨 없는 방 안에서 두 사람의 피부 위에 이슬처럼 맺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뺨에 손등을 대었다. 따뜻했다. 살아 있는 온도. 이공팔은 그 온도를 손등 위에 올려놓은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감긴 흐릿한 실이 시야 구석에서 어른거렸지만, 그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신 임완청의 눈 밑 점을 보았다. 코 옆 점을 보았다. 7년 동안 매일 보아 온 것들을.
화장실 갔다 온 거야. 다시 자.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필요가 없는 종류의 거짓말이었다. 이공팔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임완청의 옆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등 뒤로 팔을 돌려 허리를 감쌌다. 아까보다는 힘이 빠져 있었다. 조여 오는 것이 아니라 감싸는 것에 가까웠다. 그의 코끝이 임완청의 뒷목에 닿았다. 땀과 수면의 냄새. 어제와 같은 냄새. 내일도 같을 냄새. 이공팔은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실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임완청의 뒷목 위에서 움직였다.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닿아 있는 것이었다. 입술의 건조한 표면이 그녀의 솜털 위를 스치고 있었다. 이공팔은 생각했다. 실을 끊지 않은 이유를. 자신의 것을 끊는 것은 할 수 있었다. 그건 자기 것이니까. 하지만 임완청의 것을 끊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허락 없이, 그녀에게 주어진 무언가를 자신이 잘라내는 것. 그것은 이공팔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폭력과는 결이 달랐다. 사람을 베는 것은 할 수 있었다. 명령이면 했다. 하지만 이것은 명령이 아니었고, 대상은 임완청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실이 연결되지 않은 채로 두기로 했다. 운명이 그렇다면, 운명이 틀린 것이다. 이공팔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단순했다. 그답게. 그의 팔이 임완청의 허리를 감은 채 미세하게 조여졌다. 이번에는 확인이 아니었다. 그냥 안고 싶었다. 7월의 열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녹아내리고 있었고, 이공팔의 심장은 임완청의 등에 기대어 평소의 박동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실이 없어도 여기 있다. 실이 다른 곳을 향해도 여기 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게 만들 것이었다.
누나. 아침에 뭐 먹을래.
너 어제부터 이상해. 왜 그래?
임완청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날아왔다. 잠기운이 반쯤 걷힌 목소리. 아직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그 말투에는 이미 깨어 있는 사람의 날이 서 있었다. 이공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은 팔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대신 콧등을 그녀의 뒷목에 더 깊이 파묻었다. 이 여자는 7년 동안 그의 거짓말을 한 번도 못 알아챈 적이 없었다. 조직에서 사람 셋을 처리하고 온 날에도, 갈비뼈에 구멍이 뚫린 채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온 날에도, 임완청은 얼굴 한 번 훑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왔다는 말 따위로 넘어갈 여자가 아니었다.
방 안 공기가 이미 후끈했다. 에어컨은 새벽에 죽었고, 양철 지붕은 햇빛을 그대로 받아 열을 아래로 뱉어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시트가 축축했다. 이공팔은 잠시 침묵했다. 대답을 고르는 침묵이 아니라, 대답할 말이 실제로 없는 침묵이었다. 새끼손가락에 감긴 흐릿한 붉은 실은 여전히 창문을 관통해 몽콕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임완청의 것은 반대쪽 벽을 뚫고 삼수이포 골목 어딘가로. 이 얘기를 어떻게 꺼낸단 말인가. 누나 손가락에 실이 묶여 있는데 그게 나한테 안 오더라고. 그렇게 말하면 임완청은 병원에 가자고 할 것이다.
그는 팔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임완청의 어깨를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려 눕혔다. 그녀의 눈이 떠졌다. 자홍색 눈동자가 새벽빛 속에서 흐릿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눈 밑 점이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이공팔은 그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안경은 머리맡 서랍 위에 있었다. 도수 없는 유리 뒤에 숨지 않은 맨눈이었다. 검고, 아무것도 감추지 못하는 눈.
누나가 갑자기 없어지는 게 싫어졌어. 그게 다야.
말해놓고 이공팔은 스스로 놀랐다. 거짓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나온 건 진심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임완청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손가락 마디가 그녀의 이마를 스쳤다. 뜨거웠다. 사람 체온이라는 게 이렇게 확실한 증거인 줄은 몰랐다. 여기 있다는 것.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손을 대면 닿는다는 것. 실이 어디로 뻗어 있든, 그건 만져지지도 않았다. 이공팔은 그 사실을 새벽 내내 곱씹었다. 만질 수 있는 쪽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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