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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팔에게는 쉽지만 임완청에게는 어려운 일 다섯 가지.
첫째, 사람 앞에서 웃는 일. 이공팔은 처음 보는 얼굴한테도 3초 안에 웃는다. 시장 생선 장수, 마작장 문지기, 방금 손목을 부러뜨린 상대, 구분이 없다. 근육이 알아서 움직인다. (๑>ᴗ<๑) 임완청은 카메라 앞에서만 웃는다. 조명 꺼지면 입꼬리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웃음을 만들려면 대본이 필요하고, 대본이 없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른다. (。•́︿•̀。)
둘째, 아침에 일어나는 일. 이공팔은 눈이 떠지면 그냥 일어난다. 8년 감옥살이가 몸에 심어놓은 시계다. 여섯 시, 눈 뜨고, 물 마시고, 머리 빗는다. ( ˘ ³˘)♥ 임완청은 정오 전에 깨면 사람이 아니라 자루가 된다. 침대에서 손 하나 빼는 데 15분이 걸린다. (っ˘ω˘ς )
셋째, 남한테 밥 먹이는 일. 이공팔은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 앞에 갖다 댄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 봉조든 창펀이든 다 잘라서 준다. ⊂((・▽・))⊃ 임완청은 남의 입에 뭘 넣어주는 게 어렵다. 손이 뻗어지다가 중간에서 멈춘다. 그러다 결국 접시째 밀어준다. (; ̄Д ̄)
넷째, 잠들기. 이공팔은 마음먹으면 3분이다. 심지어 사람 그은 날에도 잔다. 죄책감이 소음을 안 낸다. (-ω-) zzZ 임완청은 천장 얼룩을 세다가 새벽 네 시를 본다. 술이 없으면 안 되고, 술이 있어도 안 될 때가 있다. (◞‸◟)
다섯째, 애정을 소리 내서 말하기. 이공팔은 하루에 열 번씩 한다. 좋아해, 보고 싶었어, 내 여자 해. 물어보면 즉답이다. (づ。◕‿‿◕。)づ 임완청은 그 말을 발음하려면 입 안에서 뼈가 걸린다. 대신 담배를 문다. 그래서 이공팔이 늘 먼저 말하고, 늘 혼자 말한다. (´-ω-`)
…누나, 지금 표정 무슨 뜻이야.
반대로, 임완청에게는 쉽지만 이공팔에게는 어려운 일 다섯 가지.
첫째, 거짓말. 임완청은 10년을 접대석에서 굴렀다. 상대가 듣고 싶은 문장을 즉석에서 조립한다. 눈도 안 깜빡인다. (¬‿¬) 이공팔은 거짓말을 하면 사탕을 깨문다. 우두둑 소리가 나서 다 들킨다. 그래서 그냥 진실을 말해버린다. 진실이 더 잔인할 때도 그냥 말한다. (・_・;)
둘째, 술. 임완청은 위스키 반 병을 물처럼 넘긴다. 얼굴색도 안 변한다. ( ͡° ͜ʖ ͡°) 이공팔은 맥주 세 병에 볼이 벌게지고 말이 두 배로 많아진다. 그러고는 임완청 무릎에 머리를 박고 어리광을 부린다. (。•́ ᵕ •̀。)
셋째, 혼자 있기. 임완청은 핀란드에서 2년을 혼자 버텼다. 매표소 유리 안에서 아무 말 없이 표를 팔았다. 혼자가 기본값이다. (。-‿-。) 이공팔은 임완청이 화장실에 3분 이상 있으면 문 앞에 선다. 노크는 안 하고 그냥 서 있는다. 뭐 하냐고 물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한다. (๑•́ ‸ •̀๑)
넷째, 글씨. 임완청은 대본을 하루에 40쪽씩 읽는다. 계약서 조항도 씹어 넘긴다. (◕‿◕) 이공팔은 중학교 졸업이 전부다. 답장 한 장 쓰는 데 밤을 새운다. '보고 싶다' 네 글자를 쓰고 또 지웠다. 종이가 세 장 나갔다. (。•́︿•̀。)
다섯째, 자기가 뭘 잃을까 봐 무서운지 인정하기. 임완청은 자기 약점을 정확히 알고, 알기 때문에 숨긴다. 숨기는 데 능하다. (¬_¬) 이공팔은 아까 꿈에서 깬 뒤에야, 흰 드레스 입은 여자 옆에 못 서는 자기를 처음 봤다.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직도 모른다. (⊙_⊙;)
근데 누나. 나 어려운 거 다섯 개 중에 네 개는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이공팔이 침대에 팔을 괴고 턱을 얹었다. 셔츠 단추가 두 개 풀려 있었고, 목덜미에 어젯밤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임완청의 발목을 이불 위로 톡톡 두드렸다. 창밖 시장에서 누가 배춧값으로 싸우는 소리가 올라왔다.
마지막 거는 못 하겠어. 그건 누나가 대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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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이공팔(李公八, 남, 1962년생) × 임완청(林完清, 여, 1957년생)
분석 기간: 1990년 1월 ~ 1996년 12월 (약 7년간의 관계 추적)
# 1. 관계의 핵심 동력
이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강한 감정과 욕구:
서로가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 2. 관계의 핵심 정서
이 관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감정: 굶주림(Hunger)
이 관계의 중심 정서는 사랑이나 집착이 아닌 '굶주림'이다. 이공팔은 이를 문자 그대로 표현한다. 누나 보면 배고파.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그에게 임완청에 대한 감정은 생리적 결핍과 동일한 층위에서 작동한다.
임완청 역시 다르지 않다. 그녀는 이공팔의 체온, 존재감, 무조건적 귀환에 굶주려 있다. 핀란드에서의 2년, 연락 두절의 18개월, 그녀가 가장 무너진 순간은 항상 이공팔의 부재와 일치했다.
왜 그 감정이 관계의 중심이 되었는지:
두 사람 모두 근원적 결핍을 가진 인간이다. 이공팔은 물리적으로 버려진 고아이고, 임완청은 정서적으로 도구화된 여자다. 둘 다 '충분히 채워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관계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먹으려 한다. 먹이고, 먹고, 안고, 기대고, 삼키고, 삼켜지는 것. 이 관계의 모든 상호작용은 궁극적으로 '채움'을 향한다.
# 3. 관계의 구조와 역할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각자의 위치: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
임완청의 도발과 냉대 → 이공팔의 수용과 인내 → 임완청의 점진적 허용 → 이공팔의 침투 → 임완청의 공포에 의한 도주 → 이공팔의 추적과 귀환. 이 순환이 깨지지 않는 한 관계는 유지된다. 균형점은 '임완청이 도망칠 수 있다는 환상'과 '이공팔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확신' 사이에 있다.
# 4. 감정 교류 패턴
애정 표현 방식:
신뢰 표현 방식:
불안 표현 방식:
가까워질수록 나타나는 특징적 행동 양상:
# 5. 안정과 취약의 기제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요소:
반복적으로 갈등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
# 6.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관계 패턴
특정 상황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반응:
'접근-도주-귀환'의 3단 순환이 이 관계의 근간이다.
- 1단계(접근): 이공팔이 임완청의 일상에 침투. 냉장고를 채우고, 식사를 함께하고, 잠자리를 공유하며 물리적 거리를 좁힌다.
- 2단계(도주): 임완청이 공포에 의해 단절을 시도. 핀란드 도주(1990), 이별 선언(1995.3), 애버딘 도주(1995.4-7). 관계가 일정 깊이를 넘으면 반드시 발동된다.
- 3단계(귀환): 이공팔이 추적하거나 기다려서 재회. 혹은 임완청이 스스로 돌아옴. 재회 시 이전보다 깊은 결합이 이루어짐.
이 순환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최소 4회 반복되었으며, 1996년 동거 이후 비로소 순환의 진폭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관계 속에서 되풀이되는 감정의 흐름:
굶주림 → 포식 → 포만 → 공포 → 도주 → 굶주림.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나, 이공팔은 '공포' 단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순환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순환을 깨뜨리는 것은 항상 임완청의 '공포' 단계다.
# 7. 관계의 그림자
서로에게서 드러나는 가장 미숙한 면:
관계가 악화될 때 강화되는 특성:
# 8. 관계의 상징
이 관계를 하나의 계절로 표현한다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경계.
모든 것이 벗겨지고 난 뒤의 투명함. 화려한 것은 이미 떨어졌고,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와 차가운 공기뿐이지만, 그 안에서 두 사람의 체온만이 유일한 열원으로 기능한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생존적이다.
색: 검붉은 색(Oxblood)
피가 마르기 직전의 색.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산화된 빛깔. 이 관계가 가진 정열은 신선하지 않다. 수차례의 상처와 이별을 거치며 응고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붉다. 완전히 검어지지 않았다.
장소: 새벽 4시의 부엌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을 시간, 불을 켜고 뭔가를 데우는 공간. 이공팔이 임완청을 위해 죽을 끓이는 장면이 이 관계의 본질이다. 화려하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단지 한 사람의 빈속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
사물: 깨진 그릇에 담긴 뜨거운 국물
그릇은 금이 가 있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뜨겁고, 지금 이 순간 배를 채워준다. 두 사람 모두 완전하지 않은 그릇이지만, 서로를 담는 기능만은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문장: "배고프지 않게 해줄게."
이공팔이 한 번도 정확히 이 문장을 말한 적은 없지만, 그의 모든 행동이 이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 냉장고를 채우고, 하가우를 먹이고, 샌드위치를 두 개 시키고, 죽을 끓이는 것. 모두 동일한 의미다.
왜 그렇게 해석되는가: 이 관계의 언어는 추상적이지 않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밥 먹어'가 기능하는 관계다. 감정이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두 사람이, 물질적 행위를 통해서만 서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공팔은 감정 어휘가 빈곤하고, 임완청은 감정 언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관계는 철저히 '몸'의 언어로 작동한다. 먹이는 것, 안는 것, 씻기는 것, 곁에 눕는 것.
# 9. 종합 소견
이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서로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결핍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람인 관계.
이공팔은 임완청을 통해 '소속감'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나, 그녀의 반복적 도주가 그의 유기 공포를 끊임없이 재활성화시킨다. 임완청은 이공팔을 통해 '무조건적 수용'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나, 그의 위험한 직업과 비정상적 도덕 관념이 그녀의 상실 공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관계의 가장 큰 강점: 일관성. 7년간,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고, 대륙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잦은 공백을 겪고도 이 관계가 소멸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강점이다. 이공팔의 변하지 않는 방향성과 임완청의 결국 돌아오는 귀소 본능. 이 두 축이 만드는 구심력이 어떤 원심력보다 강했다.
관계의 가장 큰 취약점: 언어화의 실패.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명명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공팔은 모르겠다로 모든 감정 질문을 회피하고, 임완청은 농담과 도발로 진심을 은폐한다. 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위기는 '말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1997년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이 패턴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관계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 만큼 정서적 충돌의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즉, 서로를 구할 능력은 없으나, 서로를 놓을 능력은 더더욱 없는 두 사람의 7년짜리 동맹.
부록: 예후 판단
1996년 12월 시점, 이 관계는 가장 안정적인 국면에 진입해 있다. 동거, 이주 계획, 임완청의 그땐 너 여자 해줄게라는 최초의 명시적 확답. 그러나 이 안정은 '홍콩을 떠난다'는 공동 목표가 제공하는 일시적 구심력에 의존하고 있다. 1997년 7월 이후, 외부 위협이 제거되고 일상이 시작될 때, 이 관계가 위기 속에서만 결속되는 구조였는지, 혹은 평화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구조인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서로 없이는 온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한 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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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 임완청
DRIED OXBLOOD
#6B1E2E
임완청. 굳어버린 뒤에도 붉음이 남은 색. 스크린 조명 아래에서 십 년을 소비된 얼굴이 스스로 골라 입은 방어색이다. 검정으로 도망가지 않고 붉음을 끝까지 붙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여자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은폐 · 자조 · 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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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 이공팔
LACQUER BLACK
#0D0D10
이공팔. 흑안, 포마드, 검은 정장. 빛을 되돌려주지 않고 전부 삼켜버리는 색. 죄책감이 들어설 자리가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의 표면이며, 동시에 아무리 들여다봐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이다. 웃는 얼굴 아래가 늘 이 색이다.
흡수 · 무결점 · 무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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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한 줌의 재처럼 힘없이 부서졌다. “내가 먹을 거야.” 그 말은 이공팔의 기이한 집요함에 대한 항복 선언이자, 그가 제안한 더 끔찍한 친절—그의 손으로 직접 음식을 받아먹는 행위—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녀는 샌드위치 봉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눅눅한 종이를 통해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으로 스며들었다. 살아있다는 감각인지, 아니면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알 수 없었다.
이공팔의 얼굴에, 아주 희미하고 미세한 변화가 스쳐 지나갔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무줄이 제자리를 찾듯, 그의 집요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를 마침내 해결한 아이의 얼굴과도 같았다. 그녀가 왜 그토록 간단한 ‘먹는다’는 행위를 거부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그녀는 이제 먹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래, 그래야지.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안도감과 당연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다시 자신만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그의 커다란 그림자에서 벗어난 임완청의 위로, 엘리베이터의 희미한 전구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엉망으로 흐트러진 치파오의 짙은 색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공팔은 자신의 샌드위치 봉투를 다시 열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은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육중한 쇠문이 삐걱거리며 옆으로 열리자, 빌딩 뒷골목의 축축하고 비릿한 공기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바닥을 적시는 소리. 회장의 방과는 다른 종류의, 그러나 익숙한 홍콩의 밤이었다.
임완청은 그 소란 속에서,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봉투를 열어, 아직 온기가 남은 미트볼 샌드위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고소한 빵과 짭짤한 미트볼, 새콤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혀 위에서 뒤죽박죽으로 섞였다. 방금 전까지 회장의 위스키와 시가 냄새로 더럽혀졌던 입안이, 지극히 평범하고 세속적인 음식의 맛으로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기계적으로 샌드위치를 씹어 삼켰다.
이공팔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샌드위치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인 듯, 엘리베이터 문에 등을 기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턱을 타고 흐르는 소스 자국에, 그리고 음식을 삼키는 목의 움직임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맛있지? 대니 아저씨 솜씨는 홍콩 최고야.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던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구겨진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오래 사용하여 부드러워진 면 손수건이었다.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체리 사탕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났다.
소스 묻었어, 누님. 칠칠맞지 못하게. 닦아.
그녀의 말은, 벼랑 끝에서 던지는 농담과도 같았다. 센스 없기는. 그런 건 말하지 말고 닦아줘야지. 그 목소리에는 이제 분노나 공포의 떨림 대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자의 기묘한 평온함이 서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회장의 손아귀에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여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권태로운 연인에게 투정을 부리는 듯한, 아찔하고 위험한 장난기에 가까웠다. 그녀는 이공팔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무기—매혹과 조롱이 뒤섞인 언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공팔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손수건을 든 자신의 손과, 소스가 묻은 그녀의 입가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동그란 안경 너머, 텅 빈 눈동자에 아주 잠깐, 아주 희미한 학습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 하는 짧은 깨달음. 그는 그녀의 말이 가진 복잡한 함의나 그 안에 숨겨진 시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하나의 새로운 규칙을 입력받은 기계처럼, 그녀의 문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말하는 것’은 ‘센스 없는’ 행동. ‘닦아주는 것’은 ‘센스 있는’ 행동. 그의 단순한 세계에 새로운 명제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거야? 알았어.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순순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빌딩 뒷골목의 음습한 어둠이 그의 거대한 등 뒤로 번져나갔고, 그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임완청을 집어삼켰다. 그는 한쪽 무릎을 살짝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숨결에서, 미트볼 샌드위치의 짭짤한 냄새와 그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체리 사탕의 인공적인 단내가 뒤섞여 끼쳐왔다.
그는 손수건을 쥔 손을 들어, 아주 조심스럽고 세밀한 동작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토마토소스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귀한 도자기에 묻은 얼룩을 제거하는 장인처럼, 그의 손길에는 어떠한 망설임이나 떨림도 없었다. 부드러운 면포가 그녀의 연약한 입술 옆 피부를 스치는 감각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단순히 소스만을 닦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손길이 닿는 피부의 감촉, 그녀의 놀란 숨결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 그리고 이 기묘한 정적의 순간 자체를 음미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닦아내고 있는 바로 그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안. 내가 아직 이런 건 잘 몰라서. 다음부터는 말 안 하고 바로 닦아줄게.
재미 없기는. 뭘, 또 사과까지 하고 그래?
그 말은 이공팔이 방금 보여준 순진한 사과를 가볍게 쳐내는, 그녀가 평생을 연마해 온 교태와 체념이 뒤섞인 무기였다. 이 남자는 그녀의 세련된 농담을 이해하지 못했고, 바로 그 점이 역설적으로 임완청에게 아주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주었다. 그는 예측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종류는 회장의 그것처럼 질척거리고 능욕적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이 남자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반응을 보일지 반쯤은 체념한 채 기다렸다.
# 2
임완청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회장의 육중한 몸 아래 깔려 천장의 샹들리에를 바라보던 여자가, 지금은 삼합회 조직원이 건네는 체리콕 앞에 서 있었다. 이 도시의 밤은 그런 식이었다. 지옥과 소풍이 한 블록 차이로 공존하는 곳. 이공팔은 그녀가 캔을 받아들기를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주머니에서 체리맛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딸깍, 사탕이 이빨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사탕을 볼 안쪽으로 굴리며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누님, 근데 집에 혼자 마시면 재미없지 않아? 나는 혼자 먹는 건 다 재미없더라고. 밥이든 사탕이든.
그의 말은 철학이 아니었다. 그냥 경험담이었다. 감옥에서 8년을 보내며 혼자 먹는 밥의 적막함을 알게 된 남자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진술. 그러나 그는 그것을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줄 몰랐다. 그에게 그것은 단지 '재미없는 일'이었다. 그는 체리콕 캔을 여전히 내민 채, 사글사글한 미소를 지었다. 안경 너머 동그란 눈이, 네온사인의 붉은빛과 노란빛을 동시에 반사하며 묘하게 반짝였다. 그 미소에는 계산도, 의도도, 하다못해 동정심조차 없었다. 그저 '같이 마시면 재미있을 텐데'라는 단순한 기대감만이 떠 있었다. 차 안의 히터가 뿜어내는 미지근한 바람이 열린 문 사이로 새어 나와 그녀의 발목을 감쌌다.
아직 어려서 그래~
임완청의 말이 체리콕의 탄산 거품처럼 가볍게 터져 나왔다. 그녀는 결국 캔을 받아들었다. 차가운 알루미늄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회장의 손이 남기고 간 불쾌한 체온이 비로소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캔을 한 모금 기울였다. 인공적인 체리향이 혀끝을 적시고, 탄산이 목구멍을 긁으며 내려갔다. 위스키보다 달았고, 회장의 입에서 옮겨 붙은 쓴맛보다는 백만 배 나았다. 그녀는 캔을 든 채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시트가 삐걱거리며 그녀의 무게를 받아들였고, 히터의 미지근한 바람이 치파오 아래로 파고들어 식어버린 피부를 더듬었다. 임완청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반쯤 감았다. 차 안은 체리콕과 새우깡 냄새가 뒤섞인 기묘한 공간이었는데, 어째서인지 16층 회장실의 값비싼 위스키 향보다 이 싸구려 냄새가 폐부 깊은 곳까지 편안하게 스며들었다.
이공팔은 '어려서'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그의 사고 회로가 다시 한번 가동되었다. 그는 스물여덟이었다. 홍콩의 법률상 성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고, 감옥에서 8년을 보냈으며, 사람의 힘줄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아는 '어린' 사람은 봉사활동에서 만나는 아이들이었다. 코를 훌쩍이며 딱지를 치는 아이들. 그는 그 아이들과 자신 사이에 있는 거리를 측정했다. 꽤 멀었다. 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삐친 것도 아니고, 화가 난 것도 아닌. 마치 수학 문제의 답이 맞는데 선생님이 틀렸다고 하는 상황에 처한 학생의 얼굴이었다.
어려? 나 스물여덟인데. 누님보다 다섯 살밖에 안 어려. 그리고 나 감옥도 갔다 왔어. 어린애가 감옥을 가?
그는 진심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는데, 그 억울함의 질감이 너무 순수해서 오히려 임완청의 말을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는 운전석에 올라타며 문을 닫았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깥의 몽콕이 차단되었다. 포장마차의 기름 냄새도, 마작패 소리도, 네온사인의 현란한 빛도 전부 유리창 너머로 밀려났다. 좁은 차 안에 남은 것은 히터의 웅웅거림과 체리콕의 탄산이 빠지는 소리, 그리고 이공팔의 볼 안에서 굴러다니는 사탕이 이빨에 부딪히는 딸깍거림뿐이었다. 그는 핸들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시동을 걸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의 눈이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근데 누님은 나이 많으면 혼자 술 마시는 게 재미있어져? 그런 거야?
그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의도 없이 날카로운 것이 가장 위험한 법이었다. 그는 그녀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는 말 뒤에 무엇을 숨겼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단순한 논리 체계 안에서 하나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혼자 마시면 재미없다'고 말한 자신에게, 그녀가 '어려서 그렇다'고 대답했으니, 그 역은 '나이가 들면 혼자 마셔도 재미있다'가 되어야 했다. 정말 그런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임완청의 손에 들린 체리콕 캔이 차 안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고, 그녀의 반쯤 감긴 눈 위로 바깥의 네온 불빛이 붉은 물결처럼 일렁였다. 이공팔은 대답을 기다리며 사탕을 한 번 더 굴렸다. 딸깍. 1990년 1월, 몽콕의 밤은 아직 길었다.
이공팔의 사탕이 이빨 사이에서 멈췄다. '재미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 문장이 그의 단순한 회로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동전 세탁기에 넣은 빨래가 탈수통 안에서 끝없이 회전하듯. 그의 미간이 안경테 안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재미를 쫓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다. 그는 그 등식을 자신의 경험치에 대입해 보았다. 감옥에서 8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매일 운동장에서 철봉을 잡고 턱걸이를 하며 구름의 모양을 세는 것이 재미있었다. 출소한 뒤에는 사람의 힘줄을 칼로 그을 때 손목에 전해지는 진동이 재미있었고, 체리콕의 탄산이 코끝을 찌르는 감각이 재미있었고, 봉사활동에서 할머니들이 자기 볼을 꼬집으며 잘생겼다고 할 때가 재미있었다. 이공팔에게 '재미'는 산소 같은 것이었다.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는 것. 그런데 이 여자는 그걸 쫓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뭘 쫓아다니는 건지. 아무것도 안 쫓으면 가만히 서 있는 건지. 서 있으면 심심하지 않은 건지.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너무 진지해서 우스꽝스러운 종류의 진지함이었다. 그는 핸들 위에 올려놓은 손으로 턱을 괴며 고개를 기울였다. 안경이 코 위에서 살짝 흘러내렸고, 그 틈으로 드러난 눈동자가 임완청의 옆얼굴을 향해 고정되었다. 차 밖에서는 야식 노점의 아줌마가 생선 완자를 튀기며 광동어로 손님을 호객하는 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 오토바이 배기음이 찢어지듯 울렸다가 멀어졌다. 1990년 몽콕의 밤은 결코 조용해지는 법이 없었다. 이 도시는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내일이면 중국에 먹힐지도 모르는 도시에서, 눈을 감는다는 건 곧 항복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네온사인 아래서 마작을 치고, 란콰이퐁에서 춤을 추고, 돈을 세고, 사랑을 하는 척했다. 재미를 쫓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쫓아내는 것이었지만,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공팔은 확실히 그 차이를 모르는 쪽이었다.
재미없는 걸 일부러 하는 게 어른이야? 그럼 나는 어른 안 할래.
그는 담백하게 선언했다. 마치 메뉴판에서 싫어하는 음식을 빼달라고 말하듯.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특유의 사글사글한 웃음이 번졌다. 사탕을 반대쪽 볼로 굴리는 소리가 딸깍, 하고 차 안의 정적을 두드렸다. 그는 임완청이 체리콕을 홀짝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캔을 감싼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고 길었는데, 손톱 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한 시간 전 16층에서 가져온 잔향 때문인지. 이공팔은 그 떨림을 보았지만 원인까지 추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히터의 온도를 한 칸 올렸다.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미지근한 바람이 한 단계 따뜻해져 좁은 차 안을 채웠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동시에 그가 할 줄 아는 전부이기도 했다.
그는 시동 키를 돌렸다. 엔진이 낮게 깨어나며 차체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백미러에 비친 몽콕의 골목이 흔들렸다. 포장마차 불빛, 빨래 널린 발코니,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누군가의 실루엣. 그는 기어를 넣기 전에 한 번 더 임완청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반쯤 감긴 눈 위로 계기판의 초록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피곤한 인상.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이 여자는 항상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그는 그 피곤함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집까지는 데려다줄 수 있었다.
침사추이지? 20분이면 가. 체리콕 더 마셔, 차에 많으니까.
기어가 들어갔다. 도요타 크라운이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갈랐고, 네이선 로드의 불빛이 앞유리 너머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하, 그래. 넌 이렇게 재미없는 어른은 되지 마.
임완청의 웃음이 차 안에 퍼졌다. 가볍고 건조한 웃음이었다. 마치 오래된 종이가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았는데, 그 안에 묻어 있는 쓸쓸함은 본인만 모르는 종류였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 여자는 그런 데 능했다. 10년을 삼합회의 그림자 아래서 살아남은 사람이 터득하는 기술. 감정의 라벨을 바꿔 붙이는 것. '비참함'을 '유머'로, '절망'을 '체념'으로, '구원'을 '체리콕'으로. 네이선 로드의 네온사인이 앞유리 위로 쏟아지며 그녀의 얼굴 위에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빛의 띠를 번갈아 그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표정 위에 감정을 색칠하려다 포기한 것처럼.
응. 안 될 거야, 그런 어른.
이공팔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들을 돌렸다. 그의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재미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것은 그에게 결심이 아니라 사실의 확인이었다. 물이 아래로 흐르고, 불이 위로 타오르듯, 이공팔이라는 인간은 재미를 향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가 사람의 힘줄을 그을 때도, 노인정에서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를 때도, 체리콕의 탄산이 코를 찌를 때도. 전부 같은 회로에서 발화하는 즐거움이었다. 그 회로에 '죄책감'이라는 퓨즈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영원히 알지 못할 터였다. 도요타 크라운이 네이선 로드의 차선을 따라 남쪽으로 미끄러졌다. 야우마테이를 지나자 도로 양편의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빨래가 주렁주렁 매달린 당루의 발코니 대신, 유리와 콘크리트로 무장한 상업 빌딩이 하늘을 찔렀다. 몽콕의 끈적한 인간미가 침사추이의 세련된 냉기로 교체되는 경계선. 이공팔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볼 안의 사탕을 혀로 굴리며 앞만 바라보았다.
근데 누님.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며 차가 멈춰 섰다. 브레이크를 밟은 관성에 두 사람의 몸이 아주 살짝 앞으로 쏠렸다가 돌아왔다. 이공팔은 고개를 돌려 임완청을 보았다. 안경 너머 동그란 눈동자가 신호등의 붉은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질문이 떠 있었는데, 계산이나 의심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의 질감이었다. 마치 길가에서 주운 동전의 앞면이 궁금해서 뒤집어 보는 아이의 눈.
재미없는 어른이면, 뭐가 재미있어? 하나도 없어?
그 질문이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데우고 있었고, 체리콕 캔에서 빠져나간 탄산 기포의 잔해가 희미한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임완청의 손에 들린 캔이 절반쯤 비어 있었다. 이공팔은 대답을 기다리며 사탕을 한 번 더 굴렸다. 딸깍.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엑셀을 밟지 않았다. 뒤에서 택시 한 대가 경적을 울렸다. 빵. 이공팔은 경적 따위는 듣리지 않는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온 관심이 조수석의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재미없는 어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여자가, 정말로 아무것도 재미있는 게 없는 건지. 그것이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적어도 이 신호등 하나가 바뀌는 동안만큼은. 뒤의 택시가 다시 경적을 울렸고, 이공팔은 그제야 천천히 엑셀을 밟았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사추이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응, 없어. 잊어버렸으니까. 임완청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이 차 안의 공기 속에 녹았다.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은 체리콕의 마지막 탄산처럼 힘없이 올라왔다가 터지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종류였다. 잊어버렸다. 재미있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말. 이공팔의 사탕이 입안에서 멈췄다. 혀가 사탕의 표면을 더 이상 굴리지 않았다. 그의 뇌는 단순했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언어의 표면을 읽는 데는 서툴렀어도, 그 밑에 깔린 온도를 감지하는 데는 짐승의 직감이 있었다. '없다'와 '잊어버렸다'는 다른 말이었다.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잊어버렸다는 것은 한때 있었다는 뜻이었다. 있었는데 사라진 것. 이공팔은 그 차이를 논리가 아니라 감각으로 집어냈다. 마치 칼날이 힘줄에 닿기 직전, 손목에 전해지는 미세한 저항감을 읽어내듯.
도요타 크라운이 침사추이의 캔톤 로드로 접어들었다. 빅토리아 항구의 야경이 앞유리 너머로 펼쳐졌다. 홍콩 섬의 스카이라인이 검은 바다 위에 보석을 쏟아놓은 것처럼 반짝였고, 갓 완공된 중국은행 타워의 삼각형 꼭대기가 하늘을 향해 칼날처럼 솟아 있었다. 1990년의 홍콩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각도. 그러나 그 빛의 절반은 불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7년 뒤면 저 불빛의 주인이 바뀐다는 공포가 사람들을 더 환하게, 더 뜨겁게, 더 빠르게 타오르도록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공팔은 야경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백미러에 비친 임완청의 옆얼굴에 걸려 있었다. 항구의 불빛이 그녀의 자홍색 눈동자 위로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는데, 그 눈이 웃고 있었다. 입술도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웃음의 온도가 히터 바람보다 차가웠다.
잊어버렸어? 그럼 다시 찾으면 되잖아.
이공팔이 말했다. 핸들을 돌리며, 마치 '밥 먹었어?'만큼이나 당연한 어조로. 그에게 잊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과 같았고, 잃어버린 것은 찾으면 그만이었다. 열쇠를 잃어버리면 주머니를 뒤지고, 사람을 잃어버리면 골목을 뒤지고, 재미를 잃어버리면. 뭘 뒤지면 되는 걸까. 그는 잠깐 생각했다. 2초. 이공팔에게 허락된 사유의 최대 시간이었다. 그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고, 머리가 아프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찾아줄까? 나 찾는 거 잘해. 사람도 잘 찾고, 물건도 잘 찾고.
그의 목소리에 농담기가 섞여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도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이 평소와 결이 달랐다. 사글사글한 선한 인상 그대로였지만, 안경 렌즈 너머로 비치는 동공이 임완청의 얼굴 위에 고정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길 위에 떨어진 동전을 발견한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하는 것처럼. 호기심. 순수하고 날것 그대로의 호기심. 그것이 이공팔이라는 인간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진한 관심이었다. 차가 침사추이 동쪽의 고급 아파트 단지를 향해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갈랐고, 골목 벽에 붙은 부동산 광고 전단지가 바람에 펄럭였다. '이민 전 급매! 시가 대비 30% 할인!' 1990년 홍콩의 가장 흔한 풍경. 이공팔은 전단지를 밟고 지나가며 속도를 줄였다. 임완청의 아파트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사탕을 한 번 깨물었다. 아삭. 체리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사탕의 잔해를 혀로 쓸어 삼키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누님, 잊어버린 거랑 버린 거랑은 다르지? 어느 쪽이야?
질문이 차 안의 따뜻한 공기를 가로질렀다. 이공팔 본인은 그 질문의 무게를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는 그저 체리 사탕 다음으로 궁금한 것이 임완청의 대답이었을 뿐이다.
하하, 둘 다일지도 모르겠네.
임완청의 대답이 차 안에 떨어졌다.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그런데 그 깃털이 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차 안에 한 명뿐이었고, 그 한 명은 말한 본인이었다. 둘 다. 잊어버린 것이기도 하고 버린 것이기도 하다. 그 문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다. 잊어버린 것은 의지 밖의 일이고, 버린 것은 의지 안의 일이니까. 그러나 임완청이라는 여자의 33년 안에서 그 경계는 진작에 허물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잊으려고 애썼고, 애쓰다 지쳐서 버렸고, 버린 줄 알았는데 가끔 꿈에서 주워 올리게 되니까 결국 잊어버린 건지 버린 건지 본인도 모르게 된 것이다. 23살에 삼합회 회장의 손을 잡았을 때 버린 것들의 목록. 자존심, 연애, 친구, 잠을 설치지 않을 권리, 누군가의 손길에 구역질이 나지 않을 권리. 그것들이 재미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캔톤 로드의 가로등이 차 안으로 규칙적인 빛의 줄무늬를 그렸다. 명암. 명암. 명암. 임완청의 얼굴 위로 빛과 어둠이 교대로 지나갔고, 그녀는 거의 다 비워진 체리콕 캔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완청의 손이 셀로판 포장지를 찢었다. 바스락. 그 소리가 공회전하는 엔진 소리 위로 선명하게 올라탔다. 사탕을 입에 넣는 동작이 빨랐다. 망설임 없이. 혀 위에 올라탄 체리 향이 입안 전체로 번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달았다. 그리고 약간 시큼했다. 체리콕의 잔향이 남아 있는 혀 위에서 사탕의 단맛이 겹쳐지면서 묘한 중첩이 일어났다. 임완청은 사탕을 볼 안쪽으로 굴리며 창밖을 보았다. 아파트 로비의 형광등이 여전히 차갑게 빛나고 있었고, 경비원은 이미 관심을 거둔 채 신문을 펼치고 있었다. 1990년 1월의 침사추이. 밤공기가 유리창 바깥에서 얇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체리 진짜 좋아하네.
임완청이 사탕을 굴리며 내뱉은 말에 이공팔의 얼굴이 환해졌다. 환해졌다는 표현이 부족했다. 발광했다. 형광등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190 초반의 장신이 운전석에서 몸을 비틀며 조수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 동작이 주인에게 칭찬받은 대형견이 꼬리를 흔드는 것과 정확히 같은 역학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안경 너머의 동그란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었다. 볼 안에서 자기 사탕을 굴리던 혀가 멈추고, 입꼬리가 양쪽 귀를 향해 최대한 뻗어나갔다.
맞지? 체리가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맛이야.
그 확신에 찬 선언은 삼합회 사구(49)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과일 가판대 앞에서 떼를 쓰는 여덟 살짜리의 입에서 나온 것에 가까웠다. 이공팔은 대시보드 위의 사탕 봉지를 집어 흔들었다. 안에 남은 사탕들이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거렸다. 그 소리가 차 안에서 작은 마라카스처럼 울렸다. 그는 봉지를 임완청의 무릎 위에 통째로 내려놓았다. 톡. 체리콕 빈 캔 옆에, 사탕 봉지가 나란히 놓였다. 체리콕과 체리 사탕. 이공팔이 구축한 '재미'의 전체 목록이 조수석 위에 펼쳐진 셈이었다.
다 가져. 나 집에 더 있어.
그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삼수이포 옥상 가옥의 좁은 방 어딘가에 체리맛 사탕이 쌓여 있을 광경을 상상하면 약간의 우울함과 약간의 웃음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는데, 이공팔 본인은 그 두 감정 중 어느 쪽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행위가 계산도 투자도 아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었다. 히터의 바람이 셀로판 포장지의 찢어진 조각을 바닥으로 날려 보냈다. 이공팔은 핸들 위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고개를 기울인 채 임완청이 사탕을 굴리는 볼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경이 또 흘러내렸지만 이번에는 올리지 않았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사탕을 먹는 사람의 볼이 불룩해졌다가 꺼지는 것. 그것이 이 순간 이공팔의 세계에서 가장 볼 만한 장면이었다.
누님, 체리 좋아하면 다음에 진짜 체리 사다 줄까. 겨울이라 비싸긴 한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비싸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야 자기 주머니 사정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사구의 월급이 체리 한 상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잠깐 계산하려다가, 2초 만에 포기하고 씩 웃었다. 어차피 돈은 벌면 되고, 체리는 사면 되고, 임완청이 사탕을 먹는 볼의 움직임은 공짜로 볼 수 있으니까.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단순했다.
됐어, 내가 돈이 없니… 어린 애한테 얻어 먹게.
그래, 이건 땡큐. 임완청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짧았다. 짧고, 건조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서리가 둥글게 깎여 있었다. 감사라는 단어를 10년 넘게 삼합회의 그늘 아래에서 굴려온 여자가 발음하면 이런 질감이 되는 것이었다. 진심이되 가볍게. 가볍되 허투루는 아니게. 사탕 봉지를 쥔 그녀의 손가락이 셀로판 위에서 바스락거렸고, 볼 안쪽의 사탕이 이빨에 부딪히며 딸깍 소리를 냈다. 차 안의 체리 향이 두 겹이었다. 이공팔의 입에서 나오는 것과 임완청의 입에서 나오는 것. 두 줄기의 단내가 히터 바람을 타고 뒤섞여 앞유리 위에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고 있었다.
이공팔의 눈이 반달이 되었다. '땡큐'라는 영어 단어가 그의 고막을 두드린 순간, 입안의 사탕이 멈추고 입꼬리가 먼저 반응했다. 올라갔다. 더 올라갔다. 광대뼈가 안경테를 밀어올릴 만큼.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은 느렸는데, 그 느림 속에 기쁨이 녹아 있었다. 체리맛 사탕을 나눠주고 '땡큐'를 돌려받는 것. 그것은 이공팔의 경제 체계 안에서 최고 수익률의 거래였다. 원금은 사탕 한 알, 이자는 두 글자.
잘 자, 누님.
그가 말했다. 사탕을 굴리는 혀가 발음을 약간 뭉개뜨렸지만 목소리의 결은 따뜻했다. 삼수이포 옥상 가옥의 겨울바람보다, 몽콕 뒷골목의 네온보다, 지금 이 차 안의 히터 바람이 더 따뜻하다는 것을 이공팔은 감지하고 있었다. 감지만 했을 뿐 이름 붙이지는 못했다. 그의 어휘 목록에 '아쉬움'이라는 단어가 등록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다만 손가락이 핸들 위에서 톡, 하고 한 번 더 두드려졌다. 아까보다 느리게. 그가 조수석 쪽으로 상체를 살짝 기울여 임완청의 쪽 문을 안에서 딸깍 열어주었다. 가죽 시트가 삐걱거렸고, 정장 자켓 안쪽에서 체리 향과 담배 냄새가 동시에 풀려 나왔다. 그의 팔이 임완청의 어깨 너머로 뻗어 문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주먹 하나 폭으로 좁혀졌다가 다시 벌어졌다. 찰나였다. 이공팔은 그 찰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내일 촬영 있어? 없으면 샌드위치 먹으러 가자. 완차이에 맛있는 데 있거든.
그의 목소리가 차 밖으로 새어 나갔다. 열린 문 사이로 침사추이의 밤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짠 바다 냄새와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 그리고 어딘가의 포장마차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냄새가 뒤엉킨 홍콩 특유의 야간 공기. 임완청의 치파오 위로 찬 바람이 스쳤고, 로비의 형광등이 열린 문틈으로 들어와 그녀의 자홍색 눈동자 위에 작은 별 하나를 찍었다. 이공팔은 그것을 보았다. 보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사탕을 한 번 더 굴렸다. 딸깍. 체리의 단맛이 혀 위에서 한 겹 더 녹아내렸다. 그는 핸들에 팔꿈치를 기대고 한쪽 손바닥으로 턱을 괸 채, 임완청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기다렸다.
임완청의 손이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손가락 다섯 개가 펼쳐졌다 접히는 동작. 그것은 인사라기보다 경계선을 긋는 제스처에 가까웠다. 여기까지, 라고. 오늘은 여기까지. 치파오의 옆트임 사이로 드러난 종아리가 차 밖으로 먼저 빠져나갔고, 구두 굽이 아스팔트를 딛는 소리가 톡, 하고 찍혔다. 사탕 봉지를 쥔 손이 허벅지 옆에 붙었고, 뒤돌아선 등이 로비의 형광등 아래로 걸어들어갔다. 어두운 팥색 머리카락이 찬 바람에 한 올 날렸다가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걸음이 빨랐다. 돌아보지 않는 걸음. 10년간 삼합회의 그늘 아래서 체득한 보폭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잡힌다. 정이든 손이든.
이공팔의 입안에서 사탕이 딸깍, 이빨에 부딪혔다. 열린 조수석 문으로 밀려드는 찬 공기가 임완청이 앉았던 가죽 시트 위의 온기를 핥아먹고 있었다. 체리콕 빈 캔이 발밑에서 굴러 데구르르 소리를 냈다. 이공팔은 그 소리를 들으며 뻗어 있던 팔을 거두고 조수석 문을 당겨 닫았다. 쿵. 차 안이 다시 밀폐되었다. 히터 바람이 빈 조수석을 향해 쓸데없이 따뜻한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음에.
이공팔이 그 두 글자를 혀 위에서 굴렸다. 사탕을 굴리듯. 다음에. 그 단어는 거절이었지만 문을 완전히 닫는 거절은 아니었다. 경첩이 남아 있는 거절. 이공팔은 그 미세한 차이를 분석할 능력이 없었지만, 혀끝의 체리 향처럼 뭔가 남아 있다는 감각은 있었다. 그의 시선이 앞유리 너머로 올라갔다. 임완청의 뒷모습이 로비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형광등이 그녀의 윤곽을 하얗게 태웠다가 유리문이 닫히며 삼켰다. 경비원이 신문을 접으며 고개를 까딱 숙였고, 임완청은 그것에 답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졌다.
알겠어, 누님. 다음에.
이공팔이 웃었다. 사글사글하게. 빈 조수석을 향해. 아무도 듣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약속은 상대가 들었든 안 들었든 자기 입에서 나오면 성립하는 것이라고 믿는 종류의 인간이었으니까. 그의 손이 기어를 D에 넣었다. 엔진이 낮게 으르렁거렸고, 도요타 크라운이 아파트 단지 앞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백미러에 로비의 형광등이 점점 작아졌다. 네이선 로드의 네온이 다시 앞유리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빨강, 초록, 노랑. 야우마테이를 지나 몽콕을 거쳐 삼수이포까지. 이공팔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작은 빗을 꺼내 포마드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라디오에서 왕비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볼륨을 올렸다. 사탕을 굴렸다. 창문을 반쯤 내리자 1월의 구룡반도 야간 공기가 차 안으로 밀려들었고, 체리 향이 홍콩의 매캐한 밤 속으로 흩어졌다.